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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제로 웨이스트보다 쉬운 '로우 웨이스트 장보기'

by 미미라라 2025. 3. 18.


환경을 생각하며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쓰레기를 거의 내지 않는 삶, 친환경적인 소비만으로 일상을 채우는 모습은 분명 멋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일반인’입니다. 직장도 다녀야 하고, 육아도 해야 하고, 삶 자체가 바쁜데 모든 물건을 친환경 제품으로만 바꾼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로 웨이스트’가 아닌, ‘로우 웨이스트’(Low Waste)를 선택했습니다. 로우 웨이스트란 완벽하게 쓰레기를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이자는 실천 방식입니다.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 이게 오히려 더 오래 지속 가능하고, 누구나 시작하기 좋은 방법이죠.


특히 매일 혹은 주기적으로 하는 장보기에서 로우 웨이스트를 실천하면 확실히 ‘눈에 보이는 쓰레기’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직접 실천하고 있는 로우 웨이스트 장보기 노하우를 소개해보려고 해요.

 

Zero waste plastic free

Zero waste plastic free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장바구니 말고 ‘다회용 장바구니 세트’를 준비하라

요즘 대부분 장바구니는 하나쯤 가지고 다니잖아요? 하지만 로우 웨이스트 장보기에서는 ‘한 개’로는 부족합니다.
장바구니 하나에 모든 물건을 넣다 보면 채소나 과일이 으깨지고, 무거운 병 제품과 함께 넣으면 장바구니가 금방 망가집니다. 그래서 저는 용도별로 다회용 가방을 구분해서 준비합니다.

 

1. 천으로 된 장바구니 (가볍고 큰 것) : 과자, 빵류, 가벼운 생필품 등 넣기 좋아요.
2. 두꺼운 재질의 장바구니 (무거운 것용) : 유리병이나 물, 주스 등을 넣기 좋습니다.
3. 망사 주머니나 작은 천 가방 : 과일이나 채소용으로 좋아요. 비닐봉지 대신 사용!
4. 보냉백 : 냉동식품이나 유제품 구입할 때 필수입니다.

 

한 번 장볼 때 3~4개의 가방을 들고 가는데, 이게 은근 편리합니다. 물건 찾기도 쉽고, 정리도 빠르고요. 무게 분산도 돼서 한쪽 팔만 아프지 않아요!

 

마트 대신 시장으로 눈을 돌려라

저도 한때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봤습니다. 그런데 마트는 편하긴 하지만 대부분 과대포장된 제품이 많고, 비닐도 정말 많이 씁니다. 오이나 바나나 하나 사려고 해도 무조건 플라스틱 트레이와 랩이 기본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요즘 시장으로 장보는 장소를 옮겼습니다.

시장은 무조건 포장 없이 물건을 살 수 있고, 사장님께 “봉투 필요 없어요!”라고 말하면 바로 장바구니에 담아주십니다. 필요하면 직접 손으로 담거나, 준비한 망사 주머니에 채소를 바로 담아요.
또 좋은 점이 있습니다. 시장은 소량 구매가 가능합니다. 먹을 만큼만 사고, 버리는 음식도 줄어들어요. 과일도 “이거 반만 주세요!”라고 하면 정말 반만 팔아주시거든요. 시장에 가면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고, 로컬푸드 중심이라서 신선한 식재료를 살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과대포장 제품 대신 ‘벌크’ 상품을 공략하라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흔하지 않지만, 점점 ‘벌크존’이 늘고 있어요. 특히 리필스테이션이나 벌크푸드 매장이 그런 곳입니다. 밀가루, 쌀, 견과류, 말린 과일, 세제류까지 직접 용기를 가져가서 필요한 만큼 담을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저는 쌀, 귀리, 아몬드 같은 곡물과 견과류를 주로 사러 갑니다. 양을 조절할 수 있어서 과소비도 막고, 포장 쓰레기도 없습니다.
서울에는 성수동이나 연남동, 부산에는 해운대 쪽에도 이런 매장이 생기고 있으니, 검색해서 가까운 곳부터 찾아보는 걸 추천합니다.

마트에서도 대용량 벌크 제품을 사면 상대적으로 포장재가 적게 들어가요. 작은 플라스틱 여러 개 사는 것보다는 하나를 사서 오래 쓰는 편이 더 친환경적입니다.

계란, 두부, 콩나물은 어디서 어떻게 사나요?
생각보다 많이들 물어보는 질문이에요. 특히 계란이나 두부, 콩나물 같은 신선식품은 플라스틱 트레이나 비닐포장이 기본이라 대체가 어렵죠.
하지만 두부와 콩나물은 시장이나 두부 전문점에서 사면 다회용 용기를 사용하기 좋아요.
저는 뚜껑 있는 밀폐용기 두 개를 들고 다닙니다. 한 개는 두부, 한 개는 콩나물 담아요. 두부를 용기에 담으면 사장님이 원래 플라스틱 포장을 하지 않아도 돼서 서로 편리하더라고요.

계란은 난좌(계란판)를 직접 챙겨가서 사면 포장을 줄일 수 있어요. 종이 난좌를 계속 재사용하거나 계란 가방 같은 것도 나와 있어서 한 번 장만하면 오래 씁니다.

 

 

유제품과 육류, 포기를 못 한다면?

유제품과 고기는 포장을 줄이기 어려운 품목입니다. 그래도 조금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유제품은 유리병 우유나 페트병 대신 종이팩 우유로 선택합니다. 종이팩은 재활용이 가능하고, 뚜껑까지 분리하면 훨씬 좋습니다. 치즈나 요거트는 대용량 제품을 사서 나눠 먹거나, 리필 가능한 용기를 사용하는 브랜드를 찾습니다.
육류나 생선은 정육점이나 시장에서 다회용 밀폐 용기를 사용합니다. 미리 사장님께 “용기 가져왔어요” 하면 흔쾌히 담아주십니다. 냉동 보관도 더 깔끔하고요!

 


‘할 수 있는 만큼’이 제일 중요하다

로우 웨이스트 장보기를 하다 보면 가끔은 일회용 포장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옵니다. 그럴 땐 자책하지 않고 넘어가야 합니다. 완벽하려고 하면 스트레스만 쌓이거든요. “내가 오늘 버린 쓰레기보다 줄인 게 더 많았다면, 충분히 잘한 거다!”라고 생각하세요. 처음엔 번거롭게 느껴지던 준비물들도 어느 순간 루틴이 됩니다. 일회용 비닐을 쓰지 않고 장을 보면 기분도 좋아지고, 나만의 속도를 찾게 돼요.

 

마치며

제로 웨이스트가 부담스럽다면, 로우 웨이스트부터 천천히 시작해보세요. 특히 장보기는 쓰레기를 줄이는 데 있어서 가장 쉽게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실천입니다. 다음 장보기에서는 텀블러만 챙기지 말고, 다양한 장바구니와 용기, 그리고 ‘한 번쯤 포장을 덜어낼 수 있는 선택’을 해보면 어떨까요?


작은 실천이지만, 분명히 지구에게도, 우리에게도 좋은 변화가 됩니다.